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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지, 야쿠시마 소개

‘신석기시대’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돌도끼나 빗살무늬토기가 생각나실 겁니다. 일본 야쿠시마에는 신석기시대부터 살았던 무려 7,200살 된 조몬스기 삼나무가 지금까지도 살고 있는데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된 야쿠시마에는, 이처럼 태곳적의 풍요로운 숲이 잘 남아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숲을 쭉 둘러보는 트레킹 코스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지로도 유명한 시라타니 운수 계곡에서 시작해 조몬스기까지 이어지는 1박 2일 코스입니다. 하루는 시라타니 운수 계곡, 하루는 조몬스기 코스, 이렇게 이틀에 걸쳐 찾아가는데요. 신비스러운 숲 한가운데서 꿈같은 하룻밤도 보낼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할리데이골프

 

일본 규슈의 관문 후쿠오카에서 신칸센 기차를 타고 2시간쯤 가면 가고시마가 나오는데요. 여기서 고속선을 타고 2시간을 더 가면 야쿠시마에 도착합니다. 면적은 서울보다 조금 작고, 제주도의 1/4쯤 되는 일본에서 9번째로 큰 섬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야쿠시마의 인구를 주민 2만, 사슴 2만, 원숭이 2만이라고 말하는데요. 그만큼 다양한 생명이 공존한다는 자부심을 드러낸 표현입니다. 실제 야쿠시마의 원숭이와 사슴들은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 매우 신기했습니다.

 

야쿠시마 미야노우라항에 도착하자 첫 느낌은 왠지 울릉도와 비슷했습니다. 섬 중심부에는 1,936m 높이의 미야노우라 다케를 비롯한 높은 산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죠.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30분쯤 가면 시라타니 운수 계곡 입구에 다다르는데요. 입구부터 수려한 폭포가 어우러진 계곡이 나타납니다. 특히, 관리동 건물을 지나 히류쿄에 서면 앞뒤로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이었습니다. 히류쿄를 지나면 히류 오토시 폭포를 가까이서 만나는데요. 약 45도 각도에서 쏟아지는 장쾌한 물보라가 일품입니다. 첫 번째 만나는 삼나무가 니 다이 오스기, 즉 이대 삼나무인데요. 높이 32m, 둘레 4.4m의 거목으로 그 앞에서 서니 인간이 참으로 초라해 보였는데요. 나무 뒤쪽으로 돌아가자 자식 나무가 어미에 기대서 우뚝 솟은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니 다이 오스기를 지나면 숲은 더욱 깊어지면서, 다리가 세 개인 삼나무 산봉 아시스 기를 만났는데요. 다리 안의 공간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습니다. 마치 나무가 세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다닐 것만 같아 웃음이 절로 나왔죠. 산봉아시스기 옆의 계곡에는 나무와 돌에 온통 이끼가 가득한데요. 이곳 이끼 숲에서 영감을 받은 사람이 바로 미야자키 하야 오이라고 합니다. 그는 장대한 야쿠시마의 숲에서 감동해 ‘원령공주’를 만들었습니다. 계곡을 건너면 시라타니 산장에 닿습니다. 작은 공터에 오래된 산장이 있고, 식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저는 야쿠시마의 숲을 좀 더 느끼고 싶어 식탁 옆의 작은 공간에 텐트를 쳤습니다. 시나브로 숲은 어두워지다가 순식간에 칠흑처럼 캄캄해졌는데요. 완벽한 어둠이 무섭기보다는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다음날, 길이 멀어 새벽 6시에 일찍 서둘렀습니다. 쭉 걷다보면 철로길이 보이는데요. 바로 야쿠시마의 트레킹의 핵심인 조몬스기 코스로 들어온 것입니다. 1923년 목재 반출용 철도가 개설되면서 아랫마을이 형성됐었는데요. 한때는 133세대 540명의 인구가 살 정도로 규모가 컸습니다. 하지만 1970년 목재 사업소가 폐쇄되면서 마을은 점차 사라져 갔죠. 아직 남아있는 철길은 굽이굽이 돌면서 숲의 품을 파고드는데요. 마치 완행 기차를 타고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철길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산길이 이어집니다. 30분쯤 오르면 윌슨 그루터기를 만나는데요. 그루터기 안으로 들어서자 100명은 너끈히 들어올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이 나타납니다. 천정이 뚫려 있어 하늘도 잘 보이는데요. 각도 잘 잡고 올려다보자 하트 모양이 보였습니다. 마음에 사랑이 있는 사람만 볼 수 있다고 하니 이곳에 방문하시면 꼭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 나무는 2000살쯤으로 추정하는데, 300년 전에 잘려 그루터기만 남았습니다.

 

윌슨 그루터기에서 1시간쯤 더 오르면 다이 오스기, 즉 대왕 삼나무에 닿는데요. 대왕처럼 위풍당당하면서도 경이로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이오스기 나이는 약 3000살로 조몬스기가 발견되기 전까지 최고의 삼나무였습니다. 다이 오스기 위에는 부부 삼나무인 메 오토스 기가 나란히 서 있는데요. 가지가 연결된 연리목으로 남편은 2000살, 아내는 1500살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메오토스기에서 30분쯤 더 오르면 제법 큰 전망데크가 나오는데요. 이곳에 서면 7,200살의 조몬스기가 내 품 안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7200살 나무가 아직도 살아서 나와 눈이 마주친다고 생각하니 가슴마저도 벅차올랐습니다.

 

야쿠시마는 자연의 경이로움이 살아있는 동식물의 낙원입니다. 저 역시 풍요로운 숲에서 한없는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죠. 야쿠시마는 1년 356일 중 366일 비가 온다고 알려졌는데요. 비교적 맑은 날이 많은 가을철에 찾는 것이 좋습니다. 트레킹 후에는 렌터카를 빌려 섬을 한 바퀴 둘러볼 것도 추천합니다. 센 피로 폭포와 오코노 폭포는 장쾌한 물줄기가 장관이며, 히라우치 해중 온천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습니다. 원숭이와 사슴의 낙원인 서부 임도도 꼭 둘러보시고, 날치 튀김과 활어회가 별미인 야쿠시마 정식도 맛보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