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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방지와 장수 비결

국내  65 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는  9.58%로 , 열 명중 한 명이  치매라고 합니다. 80 대 부부 중 한 명이 치매가 될 확률은  44.6%나 되지요. 치매는 뇌세포가 많이 파괴된 다음에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하기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방법, 없을까요?

 

생명공학계는 우리 뇌에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그리드 세포에서 치매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리드 세포는  해마 바로 옆 내 후각 피질에서 위치정보를 처리하는 세포인데요, 2005년 노르웨이 교수 부부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이들은 사람들이 정밀한 위치를 결정하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리드 세포 때문임을 발견했는데요, 이 공로로  2014 년  노벨 의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그리드 세포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중 독일 퇴행 신경질환 연구소가 그리드 세포를 통해 치매를 예측하는 연구를 최초로 시작했습니다. 치매 환자에게서 제일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공간 기억 상실입니다. 자기 집도 제대로 못 찾아가게 되는 것이죠. 혹시 치매는 그리드 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드 세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아닌지를 알면 치매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독일 연구진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치매 예측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사실 이 가설의 타당성을 확인할 확실한 방법은 치매 증상이 전혀 없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리드 세포 활성화 여부를 조사한 뒤 20~30년이 지난 후에 실제로 이들 중에 치매에 걸린 사람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구가 이제 막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이들은 다른 방법으로 치매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치매 유전자 보유자를 확인하는 것이죠. 현재  APOE4  유전자는 치매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유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매환자의 65%가 APOE4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요.

 

물론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100%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치매 발병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그리드 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 치매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란 가정을 세우고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18~30세 젊은이 75명을 정상유전자를 가진 그룹과 치매 유전자를 가진 그룹으로 나눈 후, 가상미로에서 특정 사물을 특정 장소에 갖다 놓는 공간 기억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참가자들이 테스트를 하는 동안 기능성 자기 공명 장치로 참가자들 뇌에서 그리드 세포의 움직임을 관찰했지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테스트 동안 그리드 세포가 활발하게 움직인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이 분명하게 드러났는데요. 그리드 세포 의 움직임이 적은 , 즉 그리드 세포가 활성화되지 않은 쪽을 확인해보니 이들은 모두 사물을 지정된 위치에 정확히 갖다 놓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아예 다른 장소에 갖다 놓거나 혹은 다른 장소를 헤매다가 뒤늦게야 지정된 장소에 사물을 갖다 놓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모두  치매 유전자를  보유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드 세포에 문제가 있다면 향후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렇게 그리드 세포가 치매를 '예측'하는 새로운 방법이라면, 치매 초기단계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바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뇌파를 조사하는 것입니다. 어떤 기억이 해마에 저장될 때는 해당 기억 세포들이 고유한 뇌파를 생성합니다. 몇 번씩 반복적으로 뇌파를 발생시켜 기억을 확실하게 하지요. 뇌파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으면 기억을 할 수 없는데요, 이렇게 되면 치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뇌파를 확인하면 뚜렷한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글래드스톤 연구소팀은 정상 쥐 14마리와 치매 쥐 13마리의 뇌 해마 부분에 전극을 삽입해서 뇌파를 측정했습니다. 치매 쥐는 뇌세포 중 기억 세포가 변형돼 있었는데요, 기억 세포의 뇌파 역시 정상 쥐와 달리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변형된 뇌파를 되돌리면 치매를 치료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미  2014 년에 기억 세포가 변형된 치매 쥐에게 정상 뇌세포를 이식하자 기억 능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연구 결과 가 있었는데요. 이번 연구는 뇌세포를 교체하는 복잡한 방법 대신, 뇌파를 바꿔주는 신약을 개발하면 약물 치료만으로도 치매를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치매 진단은 방법도 복잡하고 비용도 고가였습니다. 그나마도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뒤에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을 때 치매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초기에 치매를 확인할 방법이 연구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많은 생명공학자들이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오래지 않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