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당뇨병 원인과 진단 기준

병원을 찾은 30대 중반의 남성, 약간 마른듯한 모습이었는데요, 이분은  언제부턴가 너무 피곤하고 , 많이 먹는데도 자꾸 체중이 줄고 , 항상 목이 말라서 주스나 콜라 같은 음료수를 늘 들고 다닌다 고 했습니다. 당뇨가 의심됐지요. 검사 결과 공복 혈당이 365 mg/dl로 매우 심한 고혈당을 보였습니다. 바로  당뇨병  진단을 받았죠.

 

사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젊고 뚱뚱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도 당뇨병이 많이 발생합니다. 당뇨병은 대체 왜 생기는 걸까요? 당뇨병의 진짜 원인을 찾아보겠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당뇨병은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 고혈당이 특징인 대사질환을 말합니다. 인슐린 분비가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뤄지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죠. 그럼  당뇨병은 어떻게 진단할까요?

 

먼저  서로 다른 날 , 각각 공복혈당을 측정했을 때 혈당이  126mg/dl를 모두 넘으면  당뇨로 진단합니다. 또  75 그램의 포도당 용액을 마시고  2 시간 후 혈당이  200mg/dl을 넘는 경우에도 당뇨로 판단하지요. 지난  2 개월간 혈당 평균을 나타내는 지표인 당화혈색소 수치가  6.5%를 넘는 경우 에도 당뇨라고 진단합니다.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이 있는 경우 무작위로 측정한 혈당이  200mg/dl을 넘어도 당뇨로 보지요. 만약 당뇨가 의심된다면 8시간 공복 후 아침에 혈당을 측정하거나 공복과 상관없이 병원을 방문해 당화혈색소를 측정해 보면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당뇨병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개 당뇨병 증상이라고 하면 다음, 다뇨, 다식, 피곤감 등이 대표적인데요, 사실 이런 증상은 앞서 말씀드린 환자처럼 매우 심한 고혈당 상태에서만 관찰됩니다. 그러니 이런 증상을 느낀다면 이미 당뇨병이 발생하고 상당 시간이 경과한 것입니다. 이런 분들 중에는 당뇨 진단을 받을 때 이미 당뇨 합병증까지 동반한 분들이 꽤 많습니다. 당뇨 합병증 은 당뇨병 발생 후 적어도  10 년 이상 지나야 발생하는데요, 이런 경우는 당뇨병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을 놓친 겁니다. 이런 환자들을 접할 때마다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지요.

 

당뇨병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 당뇨병은 제1형 당뇨병과 제2형 당뇨병으로 나뉘는데요, 제1형 당뇨병은 주로 사춘기에 발병해서 소아 당뇨병으로 불립니다.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아 발생되는 당뇨병이어서 인슐린을 맞아야 생명 유지가 가능합니다. 반면 제2형 당뇨병은 주로 성인들에게 발병하는 성인 당뇨병인데요, 다양한 이유로 인슐린 분비기능이 제한된 사람들에게서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서 생기는 것으로, 서서히 진행됩니다. 한국인의 당뇨병 대부분은 바로 이 제2 형 당뇨병입니다. 제1형 당뇨병은 2% 미만으로 매우 미미하지요. 앞으로 제가 말씀드리는 당뇨병은 다 제2형 당뇨병에 대한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당뇨병은 대체 왜 생기는 걸까요? 무엇이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당뇨병의 원인은 크게  유전적 소인 과 환경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유전적 소인은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지는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입니다. 유전적으로 인슐린 분비 기능이 낮은 사람은 조금만 나쁜 환경에 노출되어도 쉽게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을 유발하는 환경 요인은 잘 아시는 것처럼  운동부족 과  과식입니다. 스트레스도 원인 중 하나죠. 운동은 안 하는 데 많이 먹으면? 그렇죠. 비만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비만인 사람들은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인 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뚱뚱해도 죽을 때까지 당뇨병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유전적인 소인이 매우 건강한 분들입니다. 유전적으로 인슐린 분비 기능이 좋아서 혈당을 낮춰주는 인슐린 호르몬이 몸에 충분해 나쁜 환경에 노출된다 해도 이를 잘 극복합니다. 그래서 정상 혈당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반면에 젊고 뚱뚱하지 않은데도 당뇨병이 발생하는 분들은 유전적으로 당뇨 발병 소인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이렇듯  당뇨병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위험도와 환경 요인 간 결합으로 발생합니다.

 

아시아인들은 백인들보다 당뇨병에 걸리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인보다 유전적으로 당뇨병에 취약한 것이죠. 그런데 비만이거나 직계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다면 더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혈당이 정상 한계를 넘었던 적이 있거나 고혈압, 이상지혈증, 뇌졸중, 심혈관 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다면 당뇨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지요. 여성의 경우 4 kg 이상의 우량아를 분만했다거나 임신성 당뇨병을 진단받은 경우,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경험했다면 당뇨병으로 쉽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위험인자를 가진 분들은 35세가 넘으면 매년 하시면 좋고, 적어도 3년에 한 번은 공복혈당이나 당화혈색소를 주기적으로 측정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비슷한  유전적 소인을 보유한 가족이더라도 환경의 차이로 당뇨병 발생 시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할아버님은 80대에, 아버님은 60 대에, 손자는 30대 후반에 당뇨병이 발생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분들은 상당히 흡사한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가 노출된 환경의 차이로 이렇게 발병 시점에서 차이를 보인 겁니다. 그러니 부모님이 당뇨병이 없거나 늦게 발병했다고 안심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