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파스퇴르 세균이론과 소독약의 개발

병을 예방하기 위해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손 씻기는 미생물에 의한 감염을 막는 가장 기초적이고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런 상식이 등장한 것은 불과 16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인류가 위생에 무지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어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한 질병 중의 하나는 바로 산욕열입니다. 요즘에는 흔히 들을 수 없는 병이지만, 과거에는 출산 직후의 산모가 걸렸던 중증 패혈증으로 걸리면 100% 사망에 이르는 병이었는데요. 2000여 년 전 석가모니를 낳은 마야 부인도 산욕열로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요. 단종을 낳은 현덕왕후와 에드워드 6세를 낳은 제인 시무어 역시 산욕열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왕가에서도 이 정도였으니 일반 여성들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거는 것과 같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지역 곳곳에서 발생한 산욕열은 17세기 유럽의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전염병으로 이어지고 맙니다.

 

산욕열이 집단 발병한 것은 17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현재 프랑스 파리 시립병원의 전신인 오테르 쥬는 가난한 여성들을 격리 수용할 목적으로 지어졌습니다. 당시로서는 훌륭한 치료시설이었지만, 벌떼처럼 몰려드는 환자들을 감당할 순 없었는데요. 세탁할 여건이 되지 않아, 침대보에는 늘 벌레가 들끓었고 한 침대에 몇 명의 환자가 함께 누워 지내기도 했죠. 하지만 당시에는 세균에 대한 개념조차 희박했기에 전염병 발생과 위생환경을 연관 지어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파리에는 산욕열이 전염병처럼 돌기 시작했고, 다른 도시 역시 파리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산욕열은 유럽을 넘어 미국에도 창궐하는 돌림병으로 발전하고 마는데요. 1772년에는 임산부 다섯 명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비엔나 병원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하던 이그나츠 제멜바이스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3년 동안 산욕열 사망률 조사를 실시합니다. 그런데, 이때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의사들이 관리한 제1병 동의 사망률은 16%인데 반해 조산원들이 관리한 제2병 동의 사망률은 2%대에 불과했던 것이죠.

 

제멜바이스는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면밀히 관찰했고, 그 결과 의사들이 매일 아침 전날 사망한 임산부의 시체를 부검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의사들이 시체를 만진 손으로 분만을 도우면 출산하는 산모에게 시체에 있던 독소가 퍼져 사망을 야기한다는 것인데요. 이 사실을 알아낸 제멜바이스는 의사들에게 수술에 들어가기 전 염소 액체로 손을 닦으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제1병 동의 사망률 역시 2%로 낮아졌습니다. 그 뒤 제멜바이스는 분만실의 위생 상태를 좋게 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산욕열로 인한 사망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까지 써냈지만 다른 의사들에게 무시당하고 마는데요. 당시에는 나쁜 공기가 모든 병의 근원이라 믿었기에 인턴이었던 그가 기득권의 반박을 이길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는 병원 계약기간 종료 후 정신병원에 수용당하는 한편 봉와직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는데요. 제멜이 죽은 후에도 소독이라는 개념은 한동안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한편, 19세기 파스퇴르의 세균 이론이 정립되고, 소독 이론이 설득력을 얻게 되면서 소독약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당시 외과 의사들은 수술 열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수술 열은 수술을 받던 환자들이 산욕열과 같은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는데요. 1919년 존스 홉킨스 병원의 내과 의사인 휴 H. 영은 인류 역사의 획기적인 한 획을 그은 소독약을 개발합니다.

 

바로 우리에게 빨간약으로 잘 알려진 머큐로크롬인데요. 영은 물에 머큐로크롬 2%를 녹인 용액이 담긴 시험관에서 여러 종류의 세균이 죽는 것을 발견하죠. 이후 머큐로크롬 용액을 혈관에 주사하면 방광과 신장 등의 감염 부위에 치료 효과가 빨리 나타나며 자극이나 독성도 강하지 않다고 발표하는데요. 이를 계기로 머큐로크롬은 점차 전 세계적으로 널리 전파되었고, 약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돼 만병통치약으로 자리 잡습니다. 그 뒤 아이가 상처를 입어도 병원에 가지 않고 빨간약으로 소독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배가 아플 때도 빨간약을 바르면 낫는다고 믿을 정도로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습니다. 그러나 1998년, FDA에서는 머큐로크롬에 포함된 수은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판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후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퇴출되면서 머큐로크롬은 자취를 감추고 마는데요. 현재는 포비돈 요오드 액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수세기를 지나오며 몇 차례에 걸친 전염병을 마주한 인류는 위생이야 말로 병을 피할 수 있는가 장 큰 명약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각종 항균 제품과 소독약품 등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죠. 하지만 병을 피하는 최고의 방법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손을 자주 씻는 것은 물론 철저한 위생관념을 지녀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