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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500년 역사의 장아찌, 베이징 류비쥐(六必居)

요즘에 중국음식점에 가면

밑반찬으로 자차이가 많이 나오는데요.

자차이는 갓의 한 종류인

지에차이의 뿌리를 소금에 절여 먹는

쓰촨 성의 절임 채소, 즉 장아찌입니다.

매콤짭짤하면서 담백한 맛이

느끼한 중국음식과 궁합이 잘 맞지요.

 

중국인들은 3000여년전부터

장아찌를 먹어왔는데요.

긴 역사만큼이나 종류도 많고, 브랜드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브랜드가 있는데요.

바로 500년 역사의 장아찌 라오쯔하오,

베이징 류비쥐(六必居)입니다.

중국인들이 장아찌 하면 떠올리는

대표 브랜드인 류비쥐는

명나라 가정제때인 1530년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요.

중국 내에서도

타 지역 사람들이 베이징을 다녀오면

선물로 항상 고르는 것이 이 장아찌죠.

류비쥐는 어떻게 그 긴 세월을 버텨온 걸 까요?

 

류비쥐라는 브랜드명은

6가지 꼭 필요한 것이 있는 가게라는 의미입니다.

산시(山西) 출신의 3형제가

처음 문을 열 당시에는 기름, 소금, 장, 식초 등

생활에 꼭 필요한 6가지 물품을 판다는

의미였지만,

류비쥐가 수백년간 성장하면서

반찬을 만드는데 6가지를 꼭 지키라는 의미로

바뀌었는데요.

곡식, 누룩, 그릇, 술병, 장작, 물을

최상의 것을 사용하라는 것이죠.

이런 품질에 대한 고집은

류비쥐가 5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합니다.

 

류비쥐 본점 입구에 가면

옛글씨로 쓰여진 현판이 눈에 띄는데요.

이 현판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현판을 쓴 사람은

명나라 가정제때의 재상이자 명필인

엄숭(嚴崇)인데요.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엄숭은

자주 하인을 시켜 류비쥐에서 술을 사 오게 했지요.

어느새 엄숭의 하인과 친해진

류비쥐의 주인 자오춘런은 하인에게

엄숭이 쓴 가게 이름을 부탁했는데요.

지체 높은 재상이

동네 가게 현판을 써줄 리가 없죠.

이에 하인은 엄숭의 처에게 부탁해

글씨를 얻어내는데요.

엄숭의 글씨는

류비쥐의 정문에 현판으로 걸리고

이를 알아본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장사도 번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현판은 류비쥐의 보물중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1900년 의화단 사건 때

영국, 일본 등 8개국이 베이징을 점령하면서

류비쥐 건물도 불탔는데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종업원 한 명이

불길 속에서도 현판을 보관했고요.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

금박을 입힌 현판이 사치스럽다는 이유로

한동안 걸지 못했지만,

1972년 중일 수교를 계기로 다시 자리를

찾습니다.

협상차 베이징을 방문한 다나카 수상이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에게

"류비쥐는 잘 있냐?"라고 물었기 때문이죠.

저우언라이는 그 자리에서

류비쥐는 잘 있다고 대답하고

측근에게 류비쥐의 옛 현판을 다시 걸라고

지시했는데요.

현판을 소중히 한 만큼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라오쯔하오 중에서도 가장 먼저

해외에 상표 등록을 하는 등

브랜드 가치에 신경을 많이 쓴 기업이기도 하죠.

 

류비쥐의 500년 장수 비결 중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는

가족에게 사업을 대물림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창업자인 자오씨 3형제는

자신들 사후 경영권 분쟁을 막기 위해서

'부용산 예(不用三爺)',

즉 3가지 '예(爺)'를 쓰지 않는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첫째 창업주의 아들,

즉 도련님을 의미하는 '사 오예(少爺)',

둘째는 사위를 의미하는 '구예(姑爺)',

셋째는 외삼촌과 처남을 의미하는 '쥬예(舅爺)'를

말합니다.

자식, 사위는 물론이고 처가까지도

회사 안에 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류비쥐의 후계자는 반드시 직원 가운데에서

선발합니다.

혈연을 중요시하는 중국에서

정말 찾기 힘든 원칙이라 할 수 있는데요.

 

현재 류비쥐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18대 계승인인 장 이민(張毅民) 회장입니다.

장 이민은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줄곧 식음료 업계에서 일하다가

2000년에 류비쥐에 합류했는데요.

그가 합류할 당시 류비쥐의 경영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장이민은 소비자들이

류비쥐 장아찌는 너무 짜서 건강에 해롭다고

인식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는 류비쥐가

염도가 높은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었죠.

 

장이민은 500년 기업도 망하는 건

순식간이라고 강조하면서

500년 동안 지속된 전통 공법을 과감히 버립니다.

대신 염도는 낮추고 효소를 더 많이 넣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는데요.

그 결과 100여 종에 달하는

짜지 않은 장아찌들이 새롭게 출시되면서

류비쥐는 짜다는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지요.

또한, 중국 식품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독을 버리고 위생 상태가 좋은

현대적인 발효 시설을 구축합니다.

직원 처우 역시 최상으로 끌어올려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후계자 양성에 힘쓰고 있지요.

 

류비쥐의 500년 장수비결은

품질에 대한 고집, 브랜드에 대한 철저한 관리,

명확한 후계구도 라는

세 가지 확고한 경영철학이라 할 수 있는데요.

많은 기업들이 중국이 어려운 시장이라고

하소연하지만,

류비쥐처럼 확고한 원칙이 있다면

중국은 기회의 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