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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소비트렌드, 워라밸이란

소개할 키워드는 "직장이 나의 전부가 될 수 없다"라고 외치는, 새로운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입니다. 최근 직장인들이 자주 활동하는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balance)’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적당히 벌면서 적당히 잘 살기를 희망하는 젊은 직장인 세대가 새롭게 나타난 것입니다.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에서 온 용어로 사실 매우 오래된 개념입니다. 1970년대 말 영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미국에서는 1986년부터 사용되었습니다. 워라밸은 일과 그 외의 영역, 특히 가정생활에 에너지와 시간을 적절히 분배해,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하여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워라벨은 첫째, 개인에게는 삶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이 될 수 있고, 둘째, 기업에게는 조직 구성원의 만족도를 향상하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우위 확보 전략이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혼인과 출산율 향상으로 이어져 국가의 인구정책 대안이 될 수 있어, 결국 개인, 기업, 국가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50년 가까이 사용됐던 용어가 2018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회자된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더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이자 글로벌 환경에 익숙한 세대가 사회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새로운 가치관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직장인, 워라밸 세대라고 명명한 이들은 대한민국 소비의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생 이후부터 이제 갓 사회로 진입한 1994년생까지의 세대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젊은 직장인, 워라벨 세대들은 안정성, 보수, 승진과 같은 최우선으로 여기던 기존 세대와 확연히 다릅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젊은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면서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도 바꾸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워라벨 세대는 조직보다 개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봉은 높지 않아도 야근이 적은 회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며, 직장 업무 외에 나만의 취미를 즐기고 싶어 하고, 퇴근 후 시간은 ‘내일을 위한 휴식시간’이 아닌 ‘오늘의 행복을 찾는 시간’으로 받아들입니다.

 

젊은 직장인, 워라벨 세대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워라벨 세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워라밸 세대에게는 ‘헝그리 정신’이 없습니다. 자라면서 헝그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대신 그 자체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세대입니다. 따라서 일에 행복감과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 누구보다 몰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들에게 재미는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라 필수 요건입니다. 만약 직장 상사로서 워라벨 세대를 이끌어가셔야 한다면, 어떻게 하면 조직의 분위기를 보다 즐겁고 재미있게 조성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고객으로서 워라벨 세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많은 워라벨 세대들이 이미 한국 소비시장의 중요 소비계층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워라벨 세대들은 자신들이 낭비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이에 주목해 성공을 거둔 서비스 플랫폼도 있는데요. ‘잉여 탈출’의 줄임말인 ‘탈잉’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는 개개인의 다양한 재능을 온라인 플랫폼에 모아 필요한 이들끼리 서로 매칭 해주는 일종의 재능거래마켓입니다. 주식투자, 영상편집, 포토샵, 메이크업, 발표능력 향상, 연애상담, 사주와 같이 막상 배우고 싶지만 학원을 찾기 힘든 분야에 대해 학습할 수 있습니다. 전문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재능을 구매할 수 있고 재능을 파는 이들 역시 마땅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 최근 가입자가 1만 명을 넘어섰고 개설된 재능 수업만 1,500여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취미활동에 목숨을 거는 것도 워라벨 세대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젊은 세대라 한들 이력서의 취미란을 채우는 것이 버거운 이들도 많을 텐데요. 무엇을 좋아하는지 혹은 취미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잘 모르는 워라밸 세대들을 위한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하비인더박스’는 핀홀카메라, 석고 방향제, 천연가죽 필통, 네온사인과 같은 다양한 만들기 키트를 구성해 취미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배송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매달 9명의 하비 큐레이터가 최신 트렌드의 취미거리를 연구하고, 창작형·조립형·감상형·오락형·분석형으로 이루어진 5가지 유형으로 소비자 성향을 분석해 패키지를 구성하는데, 박스 안에는 친절한 설명서와 함께 취미 생활을 위한 작은 도구들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워라밸을 위로하는 작고 위트 있는 상품도 시장에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령, 젊은 직장인들은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달랠 수 있는 제품을 소비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얄미운 직장 상사의 캐릭터가 그려진 ‘사장껌’, ‘부장 껌’이 요즘 잘 팔린다고 합니다.

 

2018년은 이 워라밸 세대가 기성세대와 조화를 이루며 당당하게 경제주체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직원의 잦은 이직은 기존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직장에 대한 만족도를 낮추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며 조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연봉만큼이나 워라밸 수준을 중요시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그들을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