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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가 구상한 신도시의 건설

하워드는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소설

<돌이켜 보면>을 보고 영감을 얻어

이상적인 전원도시를 구상했다고 하는데요.

하워드가 제시한

이상적인 도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하워드의 도시 구상을 보면

중앙의 중심도시를 축으로

외곽에 여섯 개의 전원도시가 배치돼 있습니다.

대략 48제곱킬로미터 면적에

약 5만 명이 거주하는 중심도시와

여섯 개의 전원도시는

도로와 철도로 연결되어 있는데요.

각각의 전원도시는 주택과 일터,

전원이 공존하는 도시로,

약 24제곱킬로미터 대지에

3만 2천 명이 거주합니다.

 

당시 런던이 인구 과밀화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런던을 중심으로 전원도시를 건설하고

대도시권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나의 전원도시가 충분한 규모로 성장하면,

인근에 또 다른 전원도시를

건설한다는 생각이었는데요.

하워드의 구상은 실현되었을까요?

 

하워드의 제안을 따라 1903년,

최초의 계획도시이자

전원도시라고 볼 수 있는

레치워스가 런던에서 북쪽으로

34마일 떨어진 농촌 지역에 건설되었습니다.

하워드는 도시민의

안락하고 여유로운 삶을 위해

도시에는 ‘그린 스페이스’와

‘오픈 스페이스’가 존재해야 하며,

괜찮은 주택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또 하워드는

도시에 다양한 용도가 섞이면서

주거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용도지역을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며,

주거지와 공장지역, 상업지역, 행정타운을

모두 분리시켰으며

그 사이에 큰 숲을 배치하기도 했는데요.

레치워스의 도심에는

‘오픈스페이스’로서의 큰 광장이 있고,

광장을 둘러싸고 행정기관과

전시장, 콘서트홀, 극장, 도서관, 뮤지엄,

갤러리, 병원 등의 공공기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외곽에는 거대한 센트럴 파크와

‘크리스털 팰리스’라는

아케이드형 상업시설이,

더 외곽에는

거대한 주거단지가 조성되었는데,

주거 단지와 단지 사이에는

큰길과 ‘그린 스페이스’가 위치합니다.

그리고 주거단지 외곽에는

공장 지대가 자리 잡았죠.

 

1912년 코르셋 제조사인

스피렐라 컴퍼니는

레치워스의 공장지대에 공장을 짓고,

1920년에는 스피렐라 빌딩을 지었는데요.

당시 런던의 열악한 공장, 상업시설과 달리,

스피렐라 빌딩은 연회장을 갖춘

거대한 전원주택으로 꾸며졌습니다.

레치워스가 건설된 직후

철도회사들은 이 놀라운 신도시를

관광 상품화 해

관광열차를 운행하기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레치워스에 이어 1919년에는

웰윈이 건설되기 시작했는데,

런던의 두 번째 위성도시 웰윈은

주택과 일터, 전원이 공존하는

더 성공적인 신도시였습니다.

하워드는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는데요.

 

하워드의 계획도시 구상은

근대적 신도시 개념의 출발로 여겨집니다.

‘뉴타운’, 즉 ‘신도시’라는 말은

1946년 제정된 영국 신도시법에 의해

건설된 도시를 지칭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신도시란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한 도시가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되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를 말합니다.

기존의 대도시에 의존적인 도시나

대규모 주택단지를

신도시에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신도시는

생산, 유통, 소비의 기능을 고루 갖춘

경제적 자립도시를 뜻하는데요.

중심도시에서 생산 활동을 하는 도시민들이

밤에 잠만 자는 취락도시,

이른바 베드타운과는 다른 것이죠.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경성에서

하워드의 대도시권 구상이

시도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바로 이것이 1937년 일제에 의해 수립된

대경성 권역 계획입니다.

남대문과 동대문, 광희문을 포함한

경성 여섯 개 문에서 시작해

방사형 도로로 위성도시를 연결하겠다는 계획은

하워드의 대도시 구상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라고 볼 수 있죠.

1930년대 경성의 인구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경성 주변의 8개 도시를

전원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실제 구현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1980년대에 계획된

제1기 신도시와 제2기 신도시계획 역시

서울을 중심도시로

그린벨트 지역에 위성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하워드의 구상을 차용했는데요.

하지만 자립성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1,2기 신도시는

서울에 일터를 두고 있는 도시민들의

베드타운 역할에 머무르며

높은 생산성을 지닌 도시가 되는 데는

실패한 측면이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환경 위기에 직면한 최근,

신도시의 자립성과 지속가능성은

더욱 중요하게 고민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아부다비가 건설하고 있는

마스다르시는 2006년 계획되어,

2030년 완공될 예정인데요.

전체 60000m2 규모로

인구 5만 명이 거주하게 될

사막 위의 신도시입니다.

 

마스다르는 모든 필요 에너지를

도시 내부에서 공급하며,

내부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100%가

재활용 또는 재순환되어 에너지화됩니다.

주요 에너지원은 태양입니다.

도시의 모든 건물 위에

태양광 발전 패널이 설치되고,

교외에 태양광 발전 단지가 추가로 건설되어,

도시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90% 이상이

태양에너지로 공급될 수 있다고 합니다.

거대한 우산처럼 보이는 이 태양광 패널도

도시 곳곳에 설치되어

낮에는 시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태양열을 비축하게 되는데요.

 

완전한 자립성과 지속가능성을 지닌 신도시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세계 곳곳에서 건설되고 있는

미래 신도시들의 계획은

인류가 그리던 이상적 신도시에

성큼 다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