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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우리 몸의 1경 개의 항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의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은

세상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린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에야

백신 보급과 함께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요.

 

사실 우리의 면역계는

병을 일으키는 온갖 병원체,

즉 항원, 세균, 바이러스, 꽃가루 등에

대항하는 모든 항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당연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도 만들어낼 수 있죠.

당신이 아주 건강한 사람이라면,

그래서 면역체계가 온전히 작동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났더라도

항체가 만들어져 발병하지 않고

무사히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동아닷컴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면역계는 대략 1016개,

즉 1경 개의 항체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항체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결국 각각의 항체를 만드는

유전자가 존재해야 하는데,

우리 몸에 그토록 많은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뜻일까요?

 

2003년 마무리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의해 밝혀진

인간의 유전자는 25,000개 정도인데,

항체를 만들어내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수입니다.

25,000개의 유전자를 지닌 인체에서

어떻게 1경 개의 항체가

만들어질 수 있는 걸까요?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이 비밀은

1980년대 스위스 바젤 연구소에서

면역학 연구를 하던

도네가와 스스무에 의해 밝혀졌는데요.

도네가와 박사는 제한된 유전자 수로

엄청난 수의 항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항체를 만드는 유전자가

우리 몸에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DNA 조각들로 재조합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험을 통해

증명해 냈는데요.

도네가와 스스무는

면역세포인 B세포가

DNA 재조합을 이용해

다양한 항체를 생산하는 것을 밝힌

‘항체의 다양성에 관한 연구’로

198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항체는 가변부위와 불변부위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도네가와 박사는

태아 세포는 항체를 만들지 않으므로

가변부위와 불변부위를 만드는

DNA 조각들이

온전한 상태로 존재하지만,

종양조직 세포는

항체를 만들기 때문에

가변부위와 불변부위의 DNA 조각들이

재조합되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만약 DNA의 재조합이 일어났다면

DNA의 구성이 달라지므로

DNA를 절단했을 때,

잘려진 DNA 조각의 크기가

달라질 텐데요.

도네가와 박사는

종양조직 세포의 DNA 조각이

태아 세포의 DNA 조각보다

짧다는 사실을 밝혀,

가변부위를 결정하는 유전자 조각과

불변부위를 결정하는 유전자 조각들이

재조합을 통해 각기 다른 항체를

생산할 것이라는

그의 가설을 증명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면역계가

모든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만들 수 있다면

왜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이토록 무기력한 것일까요?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입하면

대식세포와 같은 선천면역세포는

바이러스를 공격해 죽이는 동시에,

바이러스 조각을 표면에 붙여

보조T세포에게

바이러스의 침입을 알립니다.

보고를 받은 보조T세포는

B세포에게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도록 지시합니다.

B세포에서 만들어진 항체는

바이러스가 세포 표면에

붙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중화작용,

대식세포의 바이러스 공격을 돕는

옵소닌화,

그리고 바이러스에 직접 구멍을 뚫어

죽이는 방법 등으로

바이러스에 대항합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이 면역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난다고 해도

바이러스를 방어해낼 수 있겠죠.

그러나 면역이 약한 사람,

특히 노인들은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항체를 만들지 못하거나,

항체를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려

항체가 만들어지기 전에

바이러스가 온몸에 퍼져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이러스를 물리친 B세포는

대부분 세포자살을 통해 사라지지만

일부는 기억세포가 되어

림프절에 저장돼 있다가

동일한 바이러스가 침입해 오면

대량으로 증식되어,

우리가 두 번 다시 같은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게 하는데요.

그런데 코로나19는

돌연변이에 의해 지구상에 새로 생겨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인류에게는 코로나19를 기억하는

B세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구상에 오래 존재해왔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억세포를 지니고 있는

다른 바이러스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인류가 더 무기력한 이유입니다.

 

백신은 병을 일으키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단백질,

즉 항원을 주입하고,

우리 몸의 B세포가 코로나19에 대한

항체를 만들고

기억하도록 하는 것인데요.

그러면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을 때

B세포가 대량으로 항체를 만들어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겠죠.

 

항체를 만드는 방법도

발전하고 있는데,

모더나와 화이자는 처음으로

mRNA를 이용한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었습니다.

mRNA 백신은 개발 기간이 짧고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mRNA란 메신저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표면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가진

매개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mRNA 백신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우리 몸의 선천면역세포가

mRNA를 항원으로 인식해

이를 제거해 버리는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카탈린 카리코 박사의

40년간 이어진 끈기와 열정 끝에,

mRNA를 제작할 때

인공 유도체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해결되었습니다.

 

30여 년 전, 도네가와 박사는

우리 몸이 유전자 수보다

훨씬 더 많은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밀을

밝혀냈는데요.

이후 인체의 면역 시스템에 대한

연구와 백신 개발이 계속되고 있지만,

인류는 여전히

새로운 바이러스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인류가 만난 낯선 바이러스를

면역세포에게 기억하도록 만드는

백신을 통해,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도네가와 박사, 카탈린 박사와 같은

과학자들의 열정으로

코비드19가 빨리 종식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