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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장마당의 등장과 시장의 확산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4월 8일 조선노동당 말단 책임자들이 참여한 제 6차 당 세포비서대회 폐막식에서 고난의 행군을 언급했습니다. 동시에 자력갱생의 정신도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아주 심각한 모양입니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속된 최고 수준의 경제적 제재와 코로나 19로 인한 중국과의 국경 지역을 폐쇄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경제 제재 초기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북한경제붕괴론은 현실화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환율과 물가는 안정되어 있고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줄 거라 예상되었던 조-중 국경지역 폐쇄에도 놀라운 생존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이 다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거나,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1. 북한 장마당의 등장과 시장의 확산
북한은 1990년대 후반 대량의 아사자를 발생시킨 고난의 행군 전과 후 약 7-8년에 거쳐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먼저 사회주의 체제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배급체계가 붕괴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 보건 등 국가지원 시스템이 거의 작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공장은 멈춰 섰고 계획경제는 유명무실해졌습니다. 공무원이나 국영기업 직원 부양에도 실패했습니다. 한마디로 사회주의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회주의’라는 기존 사회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해가는 과정에서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스템(시장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한 대량의 아사자 문제였습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장마당입니다. 북한의 장마당은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국가가 아닌 북한 주민들 스스로 조직하고 운영한 최초의 경제 공동체입니다. 생산도 분배도 유통도 국가가 아닌 장마당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2002년 7.1조치와 2003년 3월 종합시장 상설화를 담은 내각조치 제24호를 통해 시장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고 합법화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장마당은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확산된 장마당은 당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양성화하기도 하고 통제하기도 하였습니다. 2005년 하반기부터 종합시장의 개장시간과 장사 연령제한, 매대 장사 품목 수 제한과 메뚜기 장사꾼 단속 등을 통해 시장을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 통제하고자 하였고 2009년 11월에는 화폐개혁을 통해 시장 통제를 통한 계획경제로의 복원을 시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또 다른 변형된 형태로 활성화되어나갔으며 결국 시장통제정책은 주민들의 반발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 현재까지 시장을 통제하거나 간섭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2 시장확산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
2021년 현재 북한 정부에 의해 공식 허가된 장마당 수 만 5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특권층을 포함한 전 인구의 80%가 장마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마당의 확산은 사회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시장임금이 점차 사회의 모든 영역을 확산되었고, 집단농장은 가족농이나 개인농으로 대체 되었습니다. 또 6.28조치에 의해 중국식 국영기업이 확대되었으며 자영업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80% 이상 지역의 식량 배급소는 폐쇄되었고 전기 유료화 정책과 더불어 계량기가 보급되고 있습니다. 시장가격과 시장환율도 확고히 정착되었습니다. 식료품이나 소규모 공산품이 아닌 주택 등 고가의 자산도 사실상 시장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계획경제보다 시장경제에 훨씬 가까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시장은 과거 사회주의 체제로 돌아가는 것을 완전히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3. 주민들의 의식 변화와 인권
사회가 시장화가 진척되면서 주민들의 의식도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변화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변화는 북한 주민들의 당과 정부에 대한 의존성에서의 탈피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 주민들을 먹여 살린 것은 당과 정부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자신이거나 가족들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자신의 삶은 자신이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내 것에 대한 관념이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사적 재산에 대한 소유개념이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신분이나 토대보다 능력이 우선시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시켰습니다.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지역 간 이동도 활발해 졌습니다. 지역 간 이동은 때 맞춰 등장한 손전화(핸드폰)와 함께 유통업을 활성화 시켰으며 지역 간 정보의 격차도 빠른 시간 내 줄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북한에 불고 있는 한류 붐도 사실 따지고 보면 장마당 활성화에 따른 결과물입니다. 이처럼 장마당의 등장과 확산은 북한당국의 의도와는 별개로 이동의 자유나 재산권 보장, 그리고 정보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개혁개방으로 이어질지 현재로선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또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을 국제사회가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도달하게 할 것인지 또한 현재로선 의문입니다.. 물론 북한의 시장화가 북한의 놀라운 생존력을 모두 설명해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량의 아사자를 발생시켰던 1990년 후반의 북한과 현재의 북한은 분명 다르다는 것은 염두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만날 북한의 모습은 어떨까요? 불우하고, 가난한 상태로 섣불리 판단하기는 조금 위험합니다.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때입니다.